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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
처음 세상은 열렸다.
갈색 하늘을 밀어 올려
땅 흰 빛을 하늘에 조금씩 나누어 주며
하늘에다 빛을 심어
처음 세상은 열렸다.
그렇게 세상이 열리고
땅의 흰 빛이 아주 조금씩
제 색을 잃어갈 때
하늘은 땅의 흰 빛을 받아 올려
담청 빛으로 변모했고
하늘은 빛을 뿌리며
두 번째 세상은 그렇게 열렸다.
세상이 열리고
나누어 가진 하늘의 빛이
조금 더 많은 땅의 빛을 원할 때
땅은 자신의 마지막 빛을 내주며
하늘의 청빛을 가슴에 담아
하늘과 땅이 하나임을 약속하며
새싹을 키웠다.
그렇게 열린 세상은
주인 없는 외로움에
우는 새와 웃는 새를 만들어
하늘과 땅 그 어느 곳이든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를 주어
세상의 주인을 삼았지만
하늘과 땅은 그저 멀고 높기만 했다.
그렇게 열린 세상은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새가 날아가고
세상은 너무 넓고 아득해
새는 하늘과 땅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했다.
그렇게 열린 세상은
세상 속에서 세상으로
주름진 시간을 잡아 늘렸고
시간은 기억 먼 곳에서 하나의 물음표를 남기며
쉼표 하나를 찍었다.
세상이 열리고
열린 세상에는 그저
자라다 만 나무 하나
요염한 기다림에 가지를 뻗어
날아오지 않는
새를
새를 기다렸다.
새는 날아 왔다.
주름진 시간을 입에 물고
긴 의문 부호를 가지고
그러나 새는 다시 날아간다.
주름진 시간 속에다
마침표 하나를 찍으며
새는 그렇게 날아갔다.
세상이 열리고
날아간 새는
하늘과 놀이 맞닿는 먼 지평 속에서
세상의 새 하나를 만난다.
그리고 잠시 날아간 새는 세상의 새에게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를 주었다.
그렇게 열린 세상 속으로
세상의 새는 지친 날개로 돌아 왔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는 자유만을 위해
펼쳐지지 않았다.
새는 시간을 잊은 채
박제된 자유로 남아
잃어버린 울음을 바라본다.
열린 세상 속에서
새는 새로서 기억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는
그저 추억을 만들고
우리는 이제
새의 울음마저 습관처럼
잊어 버렸다.
열린 세상
주름진 시간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
박제된 자유
우리는 모든 것을 잊었다.
12月의 마지막 날
아픈 사랑을 잉태하며
세상의 처음과 끝의 징검다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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