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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氏의 일상.
천국동과 황산벌을 오가는 7번 버스의 종점에
마지막 버스가 들어오면
배차원인 공氏의 일과도 끝이 나고
자정을 넘긴 시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다.
차부를 나서 가로등마저 어두운 골목 길
바튼 기침 나는 발걸음이 무거웁고
단칸 방 이불 속에 선잠이 들어있을 아내가
매운바람처럼 폐부를 찔러 온다.
가출한 아들과
어느 자리에서 웃음을 팔고 있을지 모를 큰딸의
젖은 눈매가 허청 걸음을 걷게 하고
멈추어진 걸음은 자지러지듯 비명을 지르는
쪽문 앞에 서서 큰 숨을 들었다 논다.
방문을 열면 반갑지 않은 찬바람이
먼저 들고
아내는 잠에 취한 목소리로 새벽을 걱정하며
꿈결인 듯 다섯 시 십 분을 약속한다.
불을 끄고 아내의 등 뒤로 옹송그레 몸을 뉘이면
잃어버린 고향이 보이고
쫓기듯이 쪽문을 나와 서툰 걸음을 옮기면
왼발을 디디면 오른쪽 어깨가 기울고
오른 발을 디디면 왼쪽 어깨가 기우는
세월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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