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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나는 그냥 개입니다
누가 붙여 불리는 이름인지 모르지만 그냥 개입니다
개중에는 나름대로 혈통을 따지고 족보라는 것을 만들어
생산성의 물건처럼 바코트 붙여 푸들, 혹은 치와아
메르벤스 벤츠라는 이름도 있지만 같은 눈 같은 종족으로 보면
그냥 개일뿐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이유도 없이 당신 아닌 다름 사람을 폄하 할 때나
더러운 것을 뱉어 낼 때처럼
개새끼라는 말을 너나없이 뱉어 냅니다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왜 우리의 새끼들이 당신들이 멸시하고 비하해야 하는 대상의 상징성을 가져야 하는지
제 수명은 20여년이 고작이지만 나름대로는
몇 마리의 새끼도 낳고 어느 한적하고 드문 산간에서는 한 가족을 이루며 살기도 합니다
저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땅에 살아 허기진 창자를 채우고 따뜻한 잠자리를 찾고
맛난 것을 찾는 것은 살아 있다는 당연한 욕구인데 어떤 생명에게는 그 당연한 욕구가
죄가 되야 하는지요
저희들은 당신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처럼 드높은 명예도 원치 않았고
곶간마다 재물을 쌓아 혼자만이 기름진 음식과 탐미하는 유혹의 손짓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지붕과 벽 한쪽이면 그도 감사해 하며
어두운 길에서 수상한 인기척에 경계의 목소리를 낸 것이 고작이었지요
그래서 때론 위태할 뻔한 당신 경계의 울타리를 지켜 주었고 타고난 후각과 조상의 용맹함 덕으로
죽음의 길목에서 서성이는 당신들을 살려내기도 했지요
저는 당신들이 말하는 개새끼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릅니다
우리들이 우리들의 언어로 당신들에게 어떤 말들을 하는지 알지 못하듯이
하지만 적어도 당신들이 말하는 개새끼보다 못하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왜 인가요?
우리의 새끼들이 당신들에게 어떠한 큰 잘못을 범했나요?
온순하고 연약하기만 한 내 새끼들, 그리고 당신들의 새끼들은 어떤가요?
주린 배와 쓰다듬어주는 한 번의 손길에 감사하며 꼬리를 흔든 것이 죄일까요?
어쩌다 무료한 당신의 손이 목 젓을 간질르는 장난질에 이미 퇴화를 넘어 화석화 되는 발톱으로 작은 상처 하나 낸 것이 큰 죄일까요?
당신들은 자비와 사육이라는 큰 사명으로 우리를 돌본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조금만 으르렁 거리고 이빨을 들어내면 가차없는 매질을 하고
목에는 삶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목줄을 매어 우리들을 길들이여 하는 것인가요?
하지만 생의 끝에 서 있을때
당신과 우리들의 삶중에서 어떤 생이 더 당당할 수 있을까요?
욕심 많던 당신들의 육신에서 한줌 온기마저 빠져 나가고 났을 때
썩어 악취 나는 몸뚱이를 땅속 깊이 감추기에 급급할 뿐,
우리들처럼 배곯고 허기진 마음들에게 한끼의 대용품이라도 될수 있나요?
우리들은 살아 혼백을 보면서
가려야 할 것과 가리지 말아야 할 것을 알지만 당신들은 어떤가요?
살아서는 錢鬼에게 쫒기고 죽어서는 비명에 새기는 名譽에 눌려 죽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당신들과 우리들 생이 무엇이 더 당당한지요?
들리는지요?
당신들이 탐욕의 꿈을 꾸고 있는 이 시간에도 밤을 새워 지조를 지키는
개새끼들의 울부짖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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