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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도
어디선가 호각소리가 들렸다
드문드문 불침번을 섰던 조는 불빛들이 임무를 마친 교대를 준비하고
어우러진 죄인들의 틈마다 간수들이 선다.
재잘거리며 등교를 서두르는단발머리 여고생,
하루의 안녕을 웃음으로 배웅하는 아주머니
아니 말끔하게 차려 입은 맵씨 좋아 보이는 직장인들
이 모두는 단언할 수 없는 간수들이다.
경계가 모호한 새벽 6시30분
죄수들은 사역준비를 서두르고 낙오된 죄수들에게
교도관의 낮은 외침소리가 또 한 계절의 형량을 가중시킨다.
죽어서야만 묻힐 수 있는 것일까?
사육신 묘역 밖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죄목도 모르는 죄인들의 계절은 이미 몇 계절을 돌고 돌았는데
강 건너 먼 곳에는 꽃도 피었다 지고 비도 내리고 눈도 내렸다는
풍문만이 들려온다.
탈출을 꿈꾸는 것도 죄가 되어버린 노량도
어디선가 낮은 읊조림이 이어지고 한강 철교를 지나는 열차 위로
무심한 햇살이 강철처럼 빛을 낸다.
이곳은 섬 아닌 섬, 노량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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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야 하는 자리들이 너무도 무섭다
채 한 평의 공간에 창도 없는 감옥이다
오늘은 어느 청춘들이 낡은 뗏목을 엮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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