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6 15:15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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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동


    처음 세상은 열렸다. 
    갈색 하늘을 밀어 올려 
    땅 흰 빛을 하늘에 조금씩 나누어 주며 
    하늘에다 빛을 심어 
    처음 세상은 열렸다.


    그렇게 세상이 열리고 
    땅의 흰 빛이 아주 조금씩 
    제 색을 잃어갈 때 
    하늘은 땅의 흰 빛을 받아 올려 
    담청 빛으로 변모했고 
    하늘은 빛을 뿌리며 
    두 번째 세상은 그렇게 열렸다.


    세상이 열리고 
    나누어 가진 하늘의 빛이 
    조금 더 많은 땅의 빛을 원할 때 
    땅은 자신의 마지막 빛을 내주며 
    하늘의 청빛을 가슴에 담아 
    하늘과 땅이 하나임을 약속하며 
    새싹을 키웠다.


    그렇게 열린 세상은 
    주인 없는 외로움에 
    우는 새와 웃는 새를 만들어 
    하늘과 땅 그 어느 곳이든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를 주어 
    세상의 주인을 삼았지만 
    하늘과 땅은 그저 멀고 높기만 했다.


    그렇게 열린 세상은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새가 날아가고 
    세상은 너무 넓고 아득해 
    새는 하늘과 땅 그 어디에도 
    머물지 못했다.


    그렇게 열린 세상은 
    세상 속에서 세상으로 
    주름진 시간을 잡아 늘렸고 
    시간은 기억 먼 곳에서 하나의 물음표를 남기며 
    쉼표 하나를 찍었다. 


    세상이 열리고 
    열린 세상에는 그저 
    자라다 만 나무 하나 
    요염한 기다림에 가지를 뻗어 
    날아오지 않는 
    새를 
    새를 기다렸다.


    새는 날아 왔다. 
    주름진 시간을 입에 물고 
    긴 의문 부호를 가지고 
    그러나 새는 다시 날아간다. 
    주름진 시간 속에다 
    마침표 하나를 찍으며 
    새는 그렇게 날아갔다.


    세상이 열리고 
    날아간 새는 
    하늘과 놀이 맞닿는 먼 지평 속에서 
    세상의 새 하나를 만난다. 
    그리고 잠시 날아간 새는 세상의 새에게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를 주었다.  
    그렇게 열린 세상 속으로 
    세상의 새는 지친 날개로 돌아 왔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는 자유만을 위해 
    펼쳐지지 않았다.


    새는 시간을 잊은 채 
    박제된 자유로 남아 
    잃어버린 울음을 바라본다.  
    열린 세상 속에서 
    새는 새로서 기억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는 
    그저 추억을 만들고


    우리는 이제 
    새의 울음마저 습관처럼 
    잊어 버렸다. 
    열린 세상 
    주름진 시간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의 날개 
    박제된 자유 
    우리는 모든 것을 잊었다. 
    12月의 마지막 날 
    아픈 사랑을 잉태하며 
    세상의 처음과 끝의 징검다리에 서서….


낮달의 미소가 머물면 발표된 시가 올라오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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