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9 14:26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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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고맙습니다.

 

왜 이 말을 하기가 그리 어려운지요

이글을 읽는 당신이 누구든 나에게 관심이나 사랑을 주길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나와 같은 세상 속에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신이 그 누구이든 감사할 뿐입니다

 

 

 

어쩌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잠시 눈 돌린 사이 당신의 발을 내가 밟거나 혹은 당신께서 내 발을 밟을지도 모르지만 아픔의 화를 내기보다는 이런 인연도 있구나 하며 감사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걸었던 길을 내가 어느 순간 걸을 것이고 당신 또한 내가 걸었던 길을 어느 순간을 걷게 될지도 모르기에 앞서 길을 내준 당신이 고마울 뿐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내 길을 걸어준 당신이 고마울 뿐입니다.

 

 

때론 작은 이익 앞에서 당신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내 아픔에 겨워 당신의 아픔을 보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고

당신의 분노보다는 내 분노의 크기로 당신을 함부로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꼭 하나 내 가슴 깊은 곳에서는 늘 당신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담고 있다는 것 입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당신이 온 길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당신과 내가 가야 할 길은 묵언의 약속으로 정해져 있고 그 길의 끝에서는 만남의 손을 잡을 것을 아는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참 고맙습니다.

새삼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인색한 감사의 마음과 황혼 빛의 아름다움 탓이라고는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처 없이 흘러왔고 또 어디론가 흘러갈 아름답지 못했던 당신의 삶이나 내 삶이, 이제와 새삼 무엇에 대한 기대나 화려한 비상의 날개를 펼칠 꿈은 없더라도 생의 한 자락을 적지 않게 밟고 서있는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하루를 접고 그 하루하루를 이어 한해의 끝에 서있는 지금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힘겹고 고단했던 순간들이 지났기에 그리워한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 앞에 서 있는 당신의 삶이나 내 삶이 고맙고 각기 다른 하늘 밑에서라도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모든 것이 고맙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걷고 있는 길 위에서 얼마나 또 많이 아파하고 좌절의 비틀거림을 할지

내 삶 또한 얼마나 많은 영혼의 찢김을 당하고 울음을 베어 물어야 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내가 살아 이유고 또 당신이 살아 있다는 이유인지도 모르지만

감사하다는 그 말 속에는 느낌이 다른 애증과 분노, 슬픔이 같이 한 까닭입니다.

 

그대는 누구인가요?

참 고맙습니다.

당신의 삶에게 그리고 내 삶에게

또 어느 깊은 산속 아니더라도 이런 묘비명 한줄 본다면 그대도 혹은 당신도 입안으로 되뇌어 보길 부탁 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라고...

 


그리움이 남은 자리 새로운 시가 올라오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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